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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김예지 의원 ‘장애인 콜택시 대기시간 2시간’ 발언 반박 보도
데이터 한계 파악 못해…탑승 취소율, 낮은 예측 가능성 고려 없어
일반택시 대기시간 8분과 비교해도 긴 시간…대체 수단 없는 점도 짚어야

 

 

“장애인 콜택시 대기시간이 2시간 이상인 경우가 많다”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말을 반박하는 팩트체크 기사가 보도됐다. 연합뉴스는 지난달 31일 기사 ‘팩트체크, 장애인 콜택시 타려고 2시간 기다리는 경우 많다?’에서 장애인 콜택시 운영업체인 서울시설공단 측 자료를 활용해 “콜택시를 타는 데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때도 많다”는 김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기사는 “지난해 서울시 평균 장애인콜택시 대기시간은 32분이다. 2019년 55분에서 2020년 30분으로 줄었다가 지난해에는 2분 늘어났다”며

“서울시설공단은 올해도 30대를 증차할 계획이어서 대기 시간이 더 줄어들 전망”이라고 했다. “2시간 넘게 기다린 비율은 2019년 6.1%에서 2020년에 0.8%로 줄었다가 작년에는 1.1%로 소폭 늘어났다”며 “지난해 기준으로 2시간 넘게 기다린 사례는 35건 정도”라는 내용도 담겼다.

 

장애인 콜택시 대기시간 32분 연합뉴스 팩트체크가 지워버린 '현실' - 1번.jpg

▲ 연합뉴스 기사 갈무리.
 

 

하지만 실제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기사 속 데이터와는 확연히 달랐다. 기사는 데이터에만 의존하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여줬다. 장애인 콜택시를 기다리다가 포기한 경우를 보여줄 수 있는 취소율, 대기시간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문제점을 간과했다.

비장애인이 타는 일반택시의 호출 대기시간과 비교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취소율은 탑승 포기율” “낮은 예측 가능성 고려해야” 

이용자가 장애인 콜택시를 기다리다가 포기한 경우는 데이터에 잡히지 않는다. 연합뉴스에서 인용한 서울시관리공단 데이터 자료에도 취소율에

대한 통계는 없었다. 장애인 콜택시를 신청했다가 취소하는 비율과 사유는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김예지 의원실은 지난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취소율은 당사자들이 기다렸다가 포기한 비율을 뜻한다”며 “사실상 탑승 포기율”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용자들은 실제로 배차를 기다리는 동안 대기자가 너무 많아서 중간에 취소하고 기다렸다가 재신청하기를 몇 번 반복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우 몇시간이 걸려 신청, 취소를 반복해 대기한 결과 30분만에 탑승한 사례가 되는 것이다. 평균 배차시간이 실제 배차시간보다 짧게 책정됐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04. 06 장애인 콜택시 대기시간 32분 연합뉴스 팩트체크가 지워버린 '현실'.jpg

▲ 장애인 콜택시. 사진=서울시 제공.
 

김준우 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도 “대기 시간 두 시간이 넘으면 자동 취소되는데, 그런 취소되는 콜들을 다 제외하니까 평균 32분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균 대기시간은 장애인콜택시의 효과성을 평가하는데 그다지 유효한 데이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미디어오늘이 서울시관리공단 장애인콜택시 운영처에 전화해본 결과, 취소율에 대한 데이터는 없었다. 김예지 의원실은 “통계가 없다고해서 팩트체크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통계가 없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호출 취소는 차가 너무 일찍 도착하는 경우에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장애인 콜택시의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 발생하는 문제다. 김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의원실은 “해당 사실은 장애인 당사자들을 인터뷰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점”이라며 “예측가능성, 정시성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보도”라고 말했다.

휠체어를 타는 17세 딸을 둔 홍윤희 장애인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도 “5분이 될지, 2시간이 될지 모르는 배차시간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불안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콜을 취소하면 두 시간 있다가 올 수도 있다라는 불안감이 있다”며 “내가 원하는 시간에 콜택시를 부르는 게 아니라, 콜택시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맞춰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택시 대기시간 평균 8분…여전히 긴 32분

비장애인의 일반택시 대기시간 평균인 8분에 비해 32분은 여전히 긴 시간이다. 서울시의 2020년 택시 서비스 시민만족도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택시 앱을 이용한 일반택시 평균 대기시간은 8.4분이다. 전화 콜택시는 평균 7.9분, 거리 순항택시(길에서 잡는 경우)는 평균 5.8분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서울시 평균 장애인콜택시 대기시간 32분도 일반택시의 4배인 것이다. 김준우 소장은 “콜택시를 이용하는 비장애인들에게

택시가 오는 시간까지 30분 이상이 걸린다면, 그 택시를 이용하겠느냐고 묻고싶다”고 말했다. 

장애인 콜택시 대기시간 32분 연합뉴스 팩트체크가 지워버린 '현실' - 3번.jpg

▲ 2020년 택시 서비스 시민만족도 조사 결과보고서 갈무리.

장애인 콜택시 대기시간 32분 연합뉴스 팩트체크가 지워버린 '현실' - 4번.jpg

▲ 2020년 택시 서비스 시민만족도 조사 결과보고서 갈무리.
 

배차 시간이 길어지는 원인에는 순번제 시스템의 문제도 있다. 서울시의 경우 차량 연결 기준은 대부분 순번제로 콜 연결이 되고 있다. 김준우 소장은 “택시가 가까운 거리에 있더라도, 접수 순서대로 차가 배치되기 때문에 바로 앞에 있는 택시도 못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콜택시가 아닌 다른 이동수단이 마땅치 않은 점도 문제다. 한국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서울이 57.8%, 전국 평균 27.8%(국토교통 통계누리, 2020년

기준)에 그친다. 홍윤희 이사장은 “서울 지하철 94%에 승강기가 설치되었다고 해도, 고장 등의 돌발 상황이 생기면 그 역으로는 아예 접근이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1번 말고 2번으로도 갈 수 있다는 선택의 여지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되도록 많은 선택지를 주는 것들은 장애인 이동권 확대를

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용인에서 송파까지 출퇴근만 5시간…장애인 이동권의 현실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특히 지역 간 차별이 큰 사안 중 하나다. 장애인 이동권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갈수록 훨씬 열악해진다. 장애인 콜택시는 각 지방

자치단체에서 운영되고 있어 시외로 이동하려면 다시 그 지역의 택시로 갈아타야하는 점도 문제다.

휠체어로 이동하는 신체 장애인 A씨는 용인시 자택에서 서울 송파구까지 출퇴근한다. 출근 시간은 오후 1시지만 A씨는 매일 오전 10시쯤 승강기가

있는 분당선 오리역으로 가기 위해 장애인콜택시를 부른다. 대기시간은 평균 3-40분이지만 매번 달라 불확실성이 크다. 대부분 장애인콜택시들이

시외로 나가면 배차가 잘되지 않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바로 송파로 가지 않고 지하철역으로 간다.

송파구 장지역에 도착해 사무실까지 버스로 2개 정거장이면 가지만, 주변 사람 눈치가 보이고 탑승하는 데까지 시간과 절차가 오래 걸려 보통 20분

정도 거리를 휠체어로 직접 이동한다. 출근 시간은 택시, 지하철을 이용해 총 2시간 반이 걸린다. 집 근처에서 고속버스를 타면 서울에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지만, 고속버스에는 휠체어가 탑승할 수 없어 A씨는 2시간 반 걸려 출근한다.

퇴근 시간에는 콜택시마저 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A씨는 “퇴근할 때는 콜택시를 이용하려고 매번 도전한다. 어쩔 땐 역에 도착하기 전부터 차를 불러놓는데도, 퇴근시간에는 콜택시가 거의 없어 배차가 안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다시 환승해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내려 집까지 휠체어로 이동하는 길을 택한다. 퇴근은 출근시간보다도 더 오래걸린다. A씨는 “3시간이 걸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A씨의 사례처럼, 지자체마다 운영 조건이 모두 제각각 이어서 같은 수도권 내에서도 택시를 타고 한 번에 갈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서울의 경우, 인접한 경기도 12개 시군과 인천국제공항까지만 이용이 가능하고, 안산시와 양평군, 연천군 등에는 치료목적으로만 서울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 콜택시를 이용

하기 위해서는 모든 지자체에 일일이 장애인 등록증 서류를 미리 제출해야 한다. 
 

장애인 콜택시 대기시간 32분 연합뉴스 팩트체크가 지워버린 '현실' - 5번.jpg

▲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8일 오전 출근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투쟁 현장에 참석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비난 발언을 대신 사과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사진=전장연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김 의원실은 “인터뷰에서 말한 두 시간은, 서울만이 아니라 지역 전체를 고려해서 이야기한 것”이라며 “서울과 지역 간의 차별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자료만으로 마치 전국을 대변하는 듯이 내보내선 안 된다. 전국의 통계를 팩트체크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콜택시의 확충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일반 택시의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취재원들이 미디어오늘에 공통으로 강조한 점이다. A씨는 “콜택시 수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하철처럼 고속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을 같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게 통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우 소장도 “일반택시, 장애인콜택시를 구분하는게 아니라, 모든 택시를 비장애인, 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해 지나가다가 택시가 보이면 탈 수 있게끔 해야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에는 이같은 사례가 많다. 장애 등 일체의 차별 없이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일본의 UD 택시, 대만의 유니캡, 영국의 블랙 캡 등이 대표적이다. 휠체어가 들어가는 뉴욕의 일반택시 옐로우 캡 역시 장애인 등록 없이도 아무나 길가에서 택시를 잡아 탈 수 있다. 

장애인 콜택시 대기시간 32분 연합뉴스 팩트체크가 지워버린 '현실' - 6번.jpg

▲ 뉴욕 옐로우캡. 사진=NYCYellowCabTaxi 홈페이지 제공.

“장애인 이동권 시위 갈등 심화, 언론보도 더 유의해야해”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보도는 더 위험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홍윤희 이사장은 “왜곡해서 장애인 이동권 운동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진 지금, 사람들이 이 절반의 데이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맥락에서 이 보도는 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실은 “팩트체크라는 기사가 단순히 통계만 확인하기 위해 쓰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무엇보다 고려돼야 할 장애인 이용자의 입장에서 세심하고 종합적으로 체크했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언뜻 제목·부제목이나 기사의 방향성만 보면, 이제 장애인 이동권 관련 제도 개선은 필요없다는

식으로 읽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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