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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선희 반려견 스타일리스트
출산하다 29살에 후천적 청각장애
국가자격증 시험장서 쫓겨난 뒤
인권위에 진정…거부 조항 삭제
“잘 못 들을 뿐, 동물과 소통 문제없죠
제가 자격증 따고 원하는 일 하면
또 누군가 용기 얻을 수도 있어요”

 

미용시험서 쫓겨난 장애인, 차별을 잘라내다 - 1번.jpg

 

청각장애인 박선희 반려견스타일리스트가 15일 오후 경기 오산시 내삼미동 자신의 반려동물미용가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털이 많이 길었네. 예쁘게 잘라줄게.”


반려견 미용사 박선희(44)씨가 손님이 맡긴 푸들을 능숙하게 안아 들자 잠시 낯선 이를 경계하는 듯하던 푸들은 금세 꼬리를 흔들었다. 청각장애인인

박씨는 지난 2월 국가공인 반려견 미용 자격증인 한국애견협회(협회) ‘반려견 스타일리스트’ 2급을 취득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자격증 실기시험장에서 쫓겨난 지 꼭 1년 만이다. 우여곡절 끝에 반려견 미용사 공인 자격증을 딴 박씨는 지난 11일 경기 오산시에 반려견 미용숍 ‘도그미뇽’을 열었다.

 

15일 이곳에서 <한겨레>와 만난 그는 “드디어 꿈을 이뤘다”고 밝게 웃었다. 그는 후천적 장애인이다. 지난해 인공와우 수술(귀 내·외부에 장치를 부착해 소리 자극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소리를 듣게 하는 수술)을 했다. 지금은 느린 속도로 대화를 나눌 경우 소통이 가능하다.


“죄송합니다. 장애인은 시험에 응시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2월 박씨는 반려견 스타일리스트 자격증 실기시험장에서 장애인등록증을 꺼내두고 시험

감독관에게 주의사항을 물었다가 응시자격을 잃었다.

박씨는 필기시험은 문제없이 통과했다고 설명했지만 감독관은 “당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퇴실을 통보했다. 말을 글로 변환해주는 앱을 통해 상황을 파악한 박씨는 짐을 챙겨 시험장에서 나와야 했다. 시험공고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다. 협회 누리집에만 ‘장애인은 시험 응시자격이 없다’고 적혀

있었다.

오랜 기간 꿈꾸고 준비했던 일을 하지 못하게 된 박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시험장에서 나오면서 펑펑 울었어요. 난 왜 장애가

생겨서 이런 대접을 받으며 살아야 할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비장애인 하는 일 중엔 장애인도 할 수 있는 일 많아”



박씨는 출산 과정에서 난청이 생겨 29살에 후천적으로 청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보청기를 착용하고 일상생활이 가능했지만, 청력이 계속 낮아지면서

말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다. 청각장애가 생기기 전부터 결혼식 헤어·메이크업 일을 하던 박씨는 손님과의 소통 문제 때문에

다른 일을 고민하게 됐다. 반려견 ‘막둥이’ 미용을 직접 하면서 반려견 미용에 흥미를 갖게 됐고, 학원에 등록해 자격증 시험을 준비했다.

박씨는 시험응시를 거부당한 뒤에도 좌절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뉴질랜드에 있던 지인도 “여기선 한쪽

다리에 의족을 한 체육선생님도 봤다”며 격려했다. “저로 인해 변화가 생겨 다른 장애인들은 불합리한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했어요. 제가 자격증을 따고 원하는 일을 하게 되면, 이걸 보고 또 누군가 용기를 얻을 수도 있고요.”

지난해 3월 장애인단체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도 같은 내용의 진정을 제기했다. 단체가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지난해 3월23일, 박씨는

인공와우 수술을 했다. 귀 안에 장치를 넣어야 하는 수술이라 오래 고민했는데 “더 잘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협회는 인권위 기자회견 다음 날 박씨에게 메일을 보내 “차별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관련 규정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5월 인권위 관계자와 박씨, 협회 쪽이 만나 규정 삭제 등을 담은 합의서를 작성한 뒤 인권위 진정은 합의 종결 처리됐다.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된 박씨는 지난해 6월 반려견 스타일리스트 3급, 올해 2월 2급에 합격했다.

박씨는 “남들보다 잘 못 들어도 반려동물과의 소통은 누구보다 잘한다”며 웃었다. 반려견 미용사 시험을 준비하고 일을 시작한 1년여 동안 강아지에게 상처를 내거나 물린 적 한 번 없다고 한다. “사람들 말을 듣는 게 좀 불편할 뿐이지 동물들과 소통하는 데는 전혀 문제없어요. 제가 예뻐하는 걸 동물들도 아는가 봐요.” 꿈꿔온 반려견 미용숍을 연 뒤 그는 늘 하루가 설렌다. “아파트 스물다섯개 동에 혼자 전단을 돌렸는데 피곤하기보단 설렜어요. 하고 싶던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장애가 생긴 뒤에야 세상이 비장애인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는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완전히 다른 집단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자막 없는 실시간 방송을 보기 힘들다는 걸 비롯해 장애인이 겪는 각종 불편을 알게 됐죠. 온·오프라인에서 비장애인만 시민으로 취급하는 것 같은 혐오를 마주할 때면 ‘누구든 언제나 장애인이 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비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 중엔 장애인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또 이 문제로 고민하는 장애인에겐 용기 내보자고 말하고 싶어요.”

 

미용시험서 쫓겨난 장애인, 차별을 잘라내다 - 2번.jpg

청각장애인 박선희 반려견스타일리스트가 15일 오후 경기 오산시 내삼미동 자신의 반려동물미용가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87373?cds=news_media_pc&type=edi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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