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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04 피해자의 장애는 가해좌의 면죄부 2022 장애인 인권 판결.jpg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법원은 소수자가 마지막으로 기댈 언덕이다.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못해, 직장에서 부당해고를 당해, 비장애인과 다르게 차별 대우를 받아, 장애인들은 끝내 법원을 찾는다. 시민단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015년부터 해마다 장애인 인권에 디딤돌·걸림돌이 된 판결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재판을 통한 장애인의 권리 구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사법 모니터링’이다.

 

2022년에는 2021년 선고된 민사·행정 분야 판결문을 대상으로 4개월여 선정 작업을 진행했다. 변호사 32명이 2021년 1~12월 ‘장애’라는 단어를 언급한 전국 법원의 판결문 240개를 모았다. 그중 판결문 77개를 선별하고(1차 선정) 다시 판결문 16개를 추려냈다(2차 선정). 선정위원들은 세 차례 회의 끝에 디딤돌 판결(5건), 걸림돌 판결(2건), 주목할 만한 판결(7건) 등 모두 14개의 판결을 선정했다. 주목할 만한 판결은 디딤돌 판결보다 그 의미는 덜해도 장애인 인권과 관련해 많은 고민을 하게 한 판결이다. 권건보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동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 서동후 변호사, 이주언 변호사, 이호선 성공회대 시민사회복지대학원 외래교수, 정제형 변호사, 최정규 변호사, 표경민

변호사 등 장애인 인권 분야 전문가 8명이 머리를 맞댔다. <한겨레21>은 선정된 판결과 그 의미를 정리해 전달한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5월 중에 ‘2022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 보고회’를 열 계획이다.

 

걸림돌①

 

 

장애가 있으니 사고 책임을 덜 진다? (서울중앙지법 2018가단5043107)

ㄱ씨는 2011년 뇌경색으로 보행장애를 갖게 됐다. 재활치료를 받으러 나선 2016년 8월, 요양보호사의 부주의로 뒤로 넘어졌고 뇌손상을 입었다. ㄱ씨 가족은 요양보호사와 그를 파견한 기관, 기관과 계약한 보험회사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요양보호사에게 ㄱ씨가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요양보호사 사용자인 파견기관 등의 책임도 인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피고들의 책임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법원은 “ㄱ씨에게 보행장애가 있었고 기존에 있었던 이런 질병이 이번 사건 사고와 그 이후의

ㄱ씨 상태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며 요양보호사 등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그러면서 ㄱ씨가 입은 손해, 즉 노동능력 상실은 문제의 사고가 아닌 원래 있던 장애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 책임을 너무 많이 감면해준 것은 아닐까. “보행장애가 있어 서비스를 제공받다가 사고를 당했는데 보행장애가 있어 사고의 책임을 제한하겠다는 게 난센스처럼 느껴진다.”(서동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장애인이 어떤 사고를 당했을 때 장애를 이유로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하는 사례는 자주 목격된다. 2012년 9월 한 시각장애인이 열차가 도착한 줄 알고 앞으로 걸어가다가 선로에 추락해 12분 동안 방치됐다가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가 한국철도공사에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항소심 법원은 철도공사 쪽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피해자가 열차 도착 여부를 지팡이로 확인하지 않은 채 선로 쪽으로 발을 내디딘 과실이 있다는 것이다.

“마치 장애를 과실인 것처럼 산정하는데 장애가 있다면 오히려 상대의 책임을 가중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인권국장)

 

걸림돌②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가 있더라면 (대전지법 2020구단103070)

공사현장 안전반장으로 일하던 ㄴ씨는 2019년 4월 숙소 인근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유족은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근로복지

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건강했던 피해자가 과로나 상급자와의 충돌에서 기인한 우울증, 불면증으로 약을 먹었고 그래도

잠을 이루지 못해 술을 마시다가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ㄴ씨 쪽 청구를 기각했다. 업무량이 과도하게 늘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상급자와의 충돌은 통상 벌어지는 일로 감수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으며, 정신과 의사에게 업무상 스트레스를 진술한 기록도 없다는 것이다.

 

개인이 받는 스트레스의 정도와 그로 인한 정신질환의 발현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정신질환 증상을 겪는 사람들은 질환 원인을 쉽게 진술하지 않거나, 그 원인을 명확히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고인이 겪은 상황이 정신질환이 생길 정도로 스트레스 받을 만한 것이었는지 의사 소견이나 주변인 증언 등 객관적으로 드러난 고인의 심리적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다.”(정제형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출처]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19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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